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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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방사선의학의 미래(2) - 뇌과학과 방사선의학 ①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0-06-04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2012년 방영되었던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인해 시작된 복고열풍은 ‘뉴트로(New-tro)’ -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 - 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행을 만들어냈다. 기존 ‘복고 문화’는 과거의 향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면, ‘뉴트로’는 완벽한 디지털 시대인 현재 10~20대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아날로그 감성이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하면서 하나의 주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뉴트로 열풍 주역 중 하나로 꼽히는 응답하라 시리즈 (좌)응답하라19971), (우)응답하라19882)

 

  과거 휴가철 필수품 중 하나는 종이지도였다. 종이지도를 무릎에 펴두고 국도와 고속도로를 운전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다. 전화번호부도 과거 가정집·회사·관공서를 막론하고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그렇다, 필자의 집에도 친척, 친구, 지인들의 연락처가 빼곡히 적힌 전화번호부가 전화기와 함께 거실 한 편을 차지했었다. 하지만 네비게이션(GPS 기술)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종이지도와 전화번호부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네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과거 필수품이었던 종이지도와 전화번호부를 모두 구석기 시대 유물로 만들어버렸지만 우리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빛이 있는곳에 어둠이 있듯, 많은 사람들이 첨단기기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서 ‘디지털 치매’ 라는 새로운 사회적 부작용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제 노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치매라는 단어는 디지털 기기를 일찍 접한 젊은 세대에서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물론 치매와 디지털 치매는 완전히 다르다.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나 노화로 인한 대뇌단백질 변화로 생기는 ‘질병’이고 디지털 치매는 대뇌 장기기억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 기능이 퇴화하여 기억력·계산력이 감퇴하는 ‘증상’이다.

  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치매는 자연스러운 노화현상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치매에 걸린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인들도 함께 고통 받게 하고 그로 인해 천문학적인 사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웰다잉(well-dying)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암 보다 더 피하고 싶은 질병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치매 원인 규명, 치매 진단법 및 치료제 개발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치매 정복의 길도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

  치매 정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기술이 바로 방사선의학기술이다. 많은 사람들이 방사선의학은 주로 암 진단·치료를 하는 분야라고 생각하지만 치매 연구뿐만 아니라 뇌 과학 분야에서도 방사선의학기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여러 회에 걸쳐서 치매·뇌 과학 분야는 무엇이며, 방사선의학기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뇌연구촉진법」에서는 뇌연구를 뇌과학, 뇌의약학, 뇌공학 및 이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했다. 뇌연구는 앞서 언급 했듯 크게 뇌과학, 뇌의약학 뇌공학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뇌과학은 뇌의 신경생물학적 구조, 인지, 사고, 언어심리 및 행동 등의 고등신경 정신활동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위한 기초학문 분야이며 뇌의약학은 뇌의 구조 및 기능상의 결함과 뇌의 노화 등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질환 및 장애의 원인 규명과 이의 치료, 예방 등에 관한 학문이다. 마지막으로 뇌공학은 뇌의 고도의 지적 정보처리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고 이의 공학적 응용을 위한 이론 및 기술에 관한 학문을 말한다.

  부연하자면, 뇌연구는 뇌신경계의 신경생물학 및 인지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뇌의 구조 및 기능의 근본원리를 파악하는 연구 분야이다. 뇌연구는 본래 기초과학·의학·공학·심리학 등과 같은 서로 다른 분야들이 연관되어 있는 융합학문으로 크게 ▲뇌 신경생물학적 이해, ▲뇌질환 예방 및 극복, ▲뇌 인지기능 연구, ▲뇌 정보처리 분야로 세부연구 분야를 나눌 수 있다.

 

 

 

[20세기 중반까지] 인간의 뇌는 신체구조 중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신체 장기들에 비해 뇌 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20세기 중반까지는 주로 해부학적 관점에서 뇌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1970년대 까지] 1960년대에 뉴런 간에 극미량의 화학물질(신경전달물질)을 매개로 뇌가 기능 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뇌의 기능적 측면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1970년 대 부터는 분자생물학적 기법의 발달로 수많은 신경전달물질의 유전자 구조가 규명되면서 미지의 병 중 하나였던 뇌질환도 유전자질환 임이 속속들이 밝혀지게 된다.

[1980년대 이후] 1980년대 이후 뇌과학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공학·물리학·전산처리기술의 발달로 방사선의 의학적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살아 있는 사람의 뇌 기능을 영상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단일광자방출 전산화 단층촬영(SPECT), 양전자단층촬영(PET),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술(fMRI) 등과 같은 최첨단 의료영상기기의 개발로 실시간으로 뇌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88년에는 죽은 사람의 뇌를 이용해 표준인의 뇌 좌표지도(talairach brain atlas)가 완성되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의료영상장비들을 이용해 기능적 뇌 영상들과 해부학적 뇌 영상을 융합하여 뇌의 특정 기능이 활성화 되는 부위를 평가하는 등 뇌 비밀을 풀 수 있는 길에 한걸음 다가서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서 한국인 표준 뇌 모형 개발과 방사선 의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뇌기능영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뇌연구의 미래]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융합과학의 시대인 21세기에 다학제 융합(방대한 정보, 고속 연산 등)을 통한 뇌연구가 뇌과학 분야의 연구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향후에는 신경의학·생물학·생리학 분야와 뇌의 영상 및 정보처리 기술이 포함된 방사선의학 기술이 뇌연구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신경퇴행성질환은 신경계의 한 부분 혹은 여러 부분에서 서서히 끊임없이 진행하는 신경세포의 사멸로 인한 병들을 통칭한다. 신경퇴행성질환은 발병 전에는 정상적으로 기능을 유지하다가 서서히 발병하여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서 이루어진다. 또한 약물치료와 수술로 병세를 뚜렷이 호전시키기 어렵고 병세가 끊임없이 진행하여 그 과정을 멈추거나 원상태로 회복시키기가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3)

  고령화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2018년 기준 전체 인구의 14.4%에 달한다. 이는 1970년 3.1%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2030년 24.3%, 2050년 37.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른 고령자 진료비 역시 증가하는 추세로 2018년 고령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31조 1,461억 원으로 77조 8,168억 원 중 40%를 차지하였고 1인당 고령자진료비는 439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8.2% 증가하였다.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수4) 및 고령인구 진료비용5)

 

  고령인구가 증가할수록 신경퇴행성 질환이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진료비 증가는 사회경제적·보건학적인 측면에서도 우리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치매유병률은 10.16%로 환자수는 75만 488명으로 추정되며,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는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으로 치매환자수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6) 국가치매비용은 연간 약 15조 3000억 원(2018년)이며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42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7)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 및 추세8)>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늘어난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매우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적이다. 인지기능 저하, 성격변화, 우울증, 망상, 환강 등 정신행동 증상이 동반되며 말기에 이르면 경직, 보행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뇌세포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 병의 기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파킨슨병] 중뇌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안정 시 진전(떨림), 근육강직, 서동(느린 움직임) 및 보행장애, 자세의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밖에도 기립성 저혈압, 배뇨장애·변비 등의 자율신경계 부전 및 인지기능장애, 우울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치매 유형별 분포 및 중증도 별 분포9)

 

  치매 정복을 위한 과학기술계의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치매환자를 향한 인식의 변화’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치매환자의 치료에는 약물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운동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화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듯, 복지천국 북유럽 국가들은 ‘치매 마을’을 설립하고 운영 중에 있다. -대표적으로 네덜란드의 호그백 마을과 덴마크의 스벤보르 마을이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양주시에 120명 정원의 치매안심마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 문제가 더 이상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치매국가책임제’를 대선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치매 의료비의 90% 건강보험 적용,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등을 통해 추진 중에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치매에 걸렸어도 ‘함께·평범하게·즐기면서’ 살 수 있다면 치매 정복도 한층 더 쉬워지지 않을까?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응답하라1997 포스터, http://program.tving.com/tvn/reply1997
2) 응답하라1988 포스터, http://program.tving.com/tvn/reply1988
3) 네이버 백과사전
4) KOSIS (www.kosis.kr)
5) 2018년 진료비 주요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6)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 중앙치매센터
7)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 중앙치매센터
8)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 중앙치매센터
9)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9, 중앙치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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