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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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방사선의학의 미래(1) - 암과 방사선의학 ①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0-01-30

  한 때 미국드라마(미드)에 빠져 살던 시기가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CSI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며, 대학원에 진학 한 뒤에도 공부는 안하고 미드를 보며 밤을 불태웠던 기억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에는 필자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미드에 열광했는데, 한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들과 탄탄한 스토리가 미드 인기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새벽까지 잠 못 자고 달렸던 미드들 중 가장 재미있게 봤던 것을 골라보라고 한다면, ‘그레이 아니토미’를 고심 끝에 하지만 자신 있게 선정하겠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근무하게 되는 외과 인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요 내용인데, 개인적으로 그동안 본 많은 의학드라마들 중 (2005년에 인턴으로 입사(?) 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거나 사망했기 때문에 현재 남은 원년멤버는 1명뿐이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스토리는 막장을 달리고 있지만...)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2005년부터 15년 동안 방영되고 있는 장수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1)>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미국의 어마 무시한 자본공세 덕분인지 외과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첨단 의료장비와 의료기술들이 많이 등장한다. 방사선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닌지라 드라마 곳곳에서 X선 촬영장비, CT, PET/CT 등 여러 의료영상장비들이 등장하고 드라마 중간 중간마다 방사선치료와 관련된 내용들이 다루어진다. - ‘시즌11’의 13화~14화에는 뇌종양에 걸린 동료의사에게 방사선원 삽입 시술을 하는 내용을 보여주었고, ‘시즌15’의 20화에서는 방사선치료를 받는 환자에 대한 일화가 나오며, 이밖에도 환자들이 방사선치료 받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 이처럼 방사선의학은 의학드라마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배경으로, 때로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국내 의학드라마에서도 방사선치료와 방사성의약품과 같은 첨단 방사선의학기술들이 많이 다뤄지길 소망해본다.

 

  2020년 방사선의학웹진에서는 방사선의학의 적용분야와 시장동향 그리고 미래 발전방향에 대해 짚어보는 시리즈물 연재에 도전 해보려 한다. 첫 번째 주제는 보건의료분야에서 방사선의학기술이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는 ‘암’ 이다. 이번 회에서는 암의 정의와 국내 암 생존율과 발병률 등에 대한 대략적인 현황을 다루고자 한다.

 

 

  암은 악성 종양 또는 악성 신생물로 알려져 있으며, 신체 내 다른 부위로 침범하고 퍼지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진 비정상적인 세포증식과 관련된 질환이다. 모든 암은 생명의 기본단위 인 세포에서 생겨난다. 신체는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이 세포들이 일정한 주기로 분열하고 사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DNA가 손상되거나 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사멸주기를 무시하고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게 되면 인체의 기능을 망가뜨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170만 년 전 고인류 유골에서도 골육종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유방암의 상세한 징후가 서술된 고대 이집트 의사의 기록이 발견되는 등 암은 인류 역사 곳곳에서 등장하는 질병이다. 1900년대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암에 걸리기 전에 독감이나 결핵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죽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암의 존재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의학의 발달로 많은 질환들을 극복하게 되어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국제암연구기구(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Globocan2018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18,078,957명의 새로운 암 환자가 발생하였으며, 9,555,027명이 암으로 사망하였고 5년 생존율을 토대로 하였을 때 43,841,302명의 암 환자가 있다고 발표하였다.2)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종은 남자의 경우 폐암, 전립선암, 대장·직장암, 위암, 간암 순이었으며 여자의 경우 유방암, 대장·직장암, 폐암,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순으로 나타났다.3)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암으로 인해 6명 중 1명이 사망한다고 발표하였다.4)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전체 암 발생자는 232,255명으로 2016년 대비 0.4% 증가하였으며 성별 암 발생자 현황은 남자 122,292명 여자 109,963명으로 나타났다. 성별 호발암은 남자의 경우 위암, 폐암, 대장·직장암, 전립선암, 간암 순이었으며 여자는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직장암, 위암, 폐암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5.5%이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6%), 여자(86세)는 3명 중 1명(33.8%)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였다.5)

 

<연도별 성별 암 발생자수 추이6)>

 

  ‘93~‘95년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암 생존율은 41.2%였으나 2012~2016년에는 70.6%로 약 1.71배 증가하였다.7) 성별 암종별 암 5년 생존율 현황은 남성의 경우 갑상선암, 전립선암, 신장암, 방광암, 위암, 대장암 순이었고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유방암, 자궁체부암, 자궁경부암, 위암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주요 암 5년 순 생존율8)을 미국, 영국, 일본과 비교한 결과 전반적으로 세 국가들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생존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암 5년 순 생존율 국제비교9)>

* (미·영·일 암종 별 순 생존율) Allemani C et al, Global surveillance of trends in cancer survival 2000-14 (CONCORD-3): analysis of individual records for 37,513,025 patients diagnosed with one of 18 cancers from 322 population-based registries in 71 countries. Lancet, 2018;391(10125):1023-1075

** 0-14세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작년 9월에 발표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79,153명으로 전체 사망자 수의 26.5%(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였다.10) 암은 2000년 이후부터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1999년 까지는 순환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11)

 

<성별 사망원인 순위12)>




  암은 보건복지부가 정의한 희귀난치성질환 범주에 들어가는 질환이다. 때문에 현 의료보험 체제에서는 암환자들 모두 희귀난치성질환자로 분류되어 치료비의 대부분을 보전 받고 있다. 그런데 암 중에서도 특히 예후가 좋지 않은 암들이 있는데, 이런 암들을 난치성 암 또는 난치암 이라고 부른다. 난치암은 사전적 정의가 있는 단어는 아니지만 국립암센터를 포함한 여러 병원들과 암 연구기관의 설명들을 종합해 보면, ‘조기에 발견해도 재발율이 50% 이상이고,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진행하여 대개 6개월 이하의 생존기간을 보이는 암’ 정도로 난치암을 정의할 수 있다. 때문에 난치암을 위한 적절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나라 암 환자 사망률 감소와 생존율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2015년 통계청에서는 매년 약 8만 명의 암 환자가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국민이 암에 걸렸을 경우 5년 생존율은 2016년 기준 70.6%이다. 하지만 암 종별로 생존율을 살펴보면 5년 생존율에 못 미치는 암들도 존재한다. 2019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6년 암 종 별 5년 상대 생존율 중 하위 5개 암은 췌장암(11.4%), 폐암(28.2%), 담낭암 및 기타 담도암(29.0%), 간암(34.6%), 식도암(37.4%) 순으로 나타났다.13) 하지만 같은 부위에서 발생한 암 일지라도 암세포의 형태, 크기, 분화도 등을 기준으로 생존율차이가 많이 나게 된다. 일례로 폐암의 경우, 폐암의 80~85%를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과 나머지인 소세포폐암으로 나뉘는데, 소세포폐암의 5년 생존율은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14) 뇌종양의 5년 생존율은 41.4%이지만 악성뇌종양 중 하나인 교모세포종의 경우 5년 생존율은 8.9% 밖에 되지 않는다.15)16)

 

 <난치암 5년 상대 생존율17)>


  암 생존율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으나 암 정복을 위해 인류가 넘어야할 산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여러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표적·면역항암제, 정밀의료 치료기술, 나노기술 적용 치료기술 개발 등 난치암 생존율 높이기 위한 신기술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암 정복은 인류가 언젠가는 달성할 목표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는 방사선의학기술의 시장현황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https://www.justwatch.com/kr/TV-프로그램/geurei-anatomi/시즌-16
2) Globocan 2018
3) Globocan 2018
4) WHO(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cancer)
5) 중앙암등록본부,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2019.12.23.)
6) 중앙암등록본부,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2019.12.23.)
7) Jung et al, Cancer statistics in Korea: Incidence, Mortality, Survival and Prevalence in 2016, Cancer Res Treat, 2019;51(2):417-430
8) (순생존율) 암이 유일한 사망원인인 경우에 암환자가 진단 후 생존할 확률로 Pohar-Perme방법을 적용하고 연령표준화된 값으로서, 세계 암 생존 표준가중치를 이용한 연령표준화 순 생존율. 백혈병을 제외하고는 15-99세 성인
9) 통계청, 2018년 사망원인통계
10) 통계청, 2018년 사망원인통계
11) 국가통계포털, www.kosis.kr
12) 통계청, 2018년 사망원인통계
13) Jung et al, Cancer statistics in Korea: Incidence, Mortality, Survival and Prevalence in 2016, Cancer Res Treat, 2019;51(2):417-430
14) 국가암정보센터, www.cancer.go.kr
15) Jung et al, Population-based ssurvival data for brain tumors in Korea, J Neurooncol, 2012;109(2):301-307
16) 국가암정보센터, www.cancer.go.kr
17) 국가암정보센터, www.cance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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