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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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2019년 방사선의학 핫이슈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0-01-03

  2019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필자에게는 유난히 다사다난 했던 2019년 이었지만, 웹진 독자분들은 무탈한 한 해 이셨길 바란다. 다가오는 2020년은 어린이날과 추석 사이에 평일에 쉴 수 있는 공휴일이 전멸한 노동의 해 이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적게 일 하시고 좋은 연구결과는 많이 나오시길 소망한다.

 

  연말을 맞이하여 한해를 되돌아보는 의미로 이번 호에서는 초록창 뉴스검색을 통해 2019년 1월 1일 부터 2019년 12월 20일 까지 보도된 방사선의학과 관련 된 기사들을 필자만의 특별한(?) 기준으로 선정해보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보시는 웹진인 만큼 필자가 고른 기사들에 이견이 있으실 수 있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봐 주시길 바란다.

 

 

 

  고지혈증 치료제가 인지기능 저하를 억제하고 종양(암) 크기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치료제 트라스투주맙과 고지혈증 치료제인 아토르바스타딘을 투약한 후 PET/CT 및 MRI를 통해 뇌 전두엽의 포도당 대사 및 부피를 비교 관찰하였는데, 트라스투주맙과 아토르바스타틴을 동시에 투여한 쥐의 뇌 전두엽 영역 포도당 대사 및 부피가 트라스투주맙을 단독 투여한 쥐에 비해 정상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아토르바스타틴이 트라스투주맙을 종양에 깊이 침투시켜 트라스투주맙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종양크기를 36% 더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

 

  스타틴이 인체 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암세포의 전이 및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1) 스타틴 약물의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2012년에는 대장암 뿐 아니라2) 13개의 암에서도 스타틴이 암 치료에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3) 반면 스타틴 약물이 인지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고지혈증 약을 장기 투약하는 환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졌었다.4) 하지만 이번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통해 항암치료 부작용 중 하나인 인지기능 저하가 억제되고 암치료효과는 높아진다는 것이 밝혀져서 스타틴과 인지기능과의 관계 연구가 더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스타틴이 메트포민, 아스피린, 시메디틴 등과 같은 암 보조치료제(off-label drug)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며 스타틴과 방사성의약품 또는 방사선치료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진행될 것이다.

 


 

  2014년 11월 의료용·산업용 동위원소 생산을 위해 신청한 기장 수출용 신형연구로 건설허가가 5년 만에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의결되었다. 기장연구로는 2016년 9월 경주지진과 2017년 11월 포항지진의 여파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성 검증 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건설허가가 지연되어 왔다.

 

  이번 기장 수출형 신형 연구로의 건설허가로 해외에 전량 수입 의존하던 Mo-99 외에 I-131, Ir-192, Lu-177, C-14 등의 의료용 동위원소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도 중성자를 이용한 반도체 생산, 비파괴 검사 등 방사선 산업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 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까지 총 사업비 4,300여억원을 투입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위치에 있는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 일반산업단지에 연구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항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담도암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더불어 방사성동위원소의 종류를 바꾸면 담도암을 진단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밝혀져서 담도암 치료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담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발견이 어려운 탓에 지금껏 치료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러한 담도암의 진단과 치료에 효과적인 약품을 개발하고자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진은 담도암 암세포에 결합하는 항체인 ‘키메릭A10A3’를 방사성동위원소인 Lu-177(치료용 동위원소)과 Cu-64(진단용 동위원소)에 표지하여 각각 진단치료가 가능한 다기능 의약품으로 제작하였다. 따라서 신약의 동물실험 결과 Cu-64를 붙인 의약품은 담도암의 크기와 위치를 나타낼 수 있었고, Lu-177이 방출하는 베타선에 의해 담도암 세포가 파괴되는 치료효과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앞서 연구진은 항암제 ‘세툭시맙’에 Lu-177을 표지한 형태의 정밀표적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여 식도암과 두경부 암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2016년과 2017년에 학계에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은 다양한 신규항체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새로운 영상 진단제 및 치료제 개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치료와 함께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5)을 이용한 암 치료가 주요 암 치료기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자궁경부암 치료에 많이 적용되는 근접방사선치료에도 종양부위에 선택적으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는 세기조절 방사선치료기술이 개발되었다.

 

  기존의 근접방사선치료를 비대칭적으로 자란 자궁경부암 종양에 실시하는 경우 정상조직을 보호하면서 종양에는 충분한 방사선을 전달하기 위해서 타원체 또는 고리모양의 삽입기구를 이용해 종양부위에 방사선량을 조사했다. 하지만 전자는 종양 재발 위험이 있고 후자는 침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단점들이 있었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고자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종양부위에만 방사선을 집중 전달하고 주변 정상 장기는 보호할 수 있도록 일정한 방향으로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360도 회전하는 차폐물체를 장착한 삽입기구를 개발하였다. 이와 더불어 해당 기구를 활용하기 위한 치료계획시스템, 삽입기구 제어시스템을 개발하고 기존 근접치료방사선 치료기와의 호환성을 확보하는 등 실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한국연구재단은 해당 기술을 이용하여 향후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근접방사선치료가 수월하지 않았던 식도암, 직장암 등과 같은 암 종에도 보다 수월하게 동일한 치료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11월 18일 개최된 8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미래 방사선 산업 창출전략, 미래선도 원자력 기술역량 확보방안 등 원자력 분야의 핵심기술 역량을 유지·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정책이 확정되었다.

 

  이번에 확정된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7년 12월에 수립한 ‘미래원자력기술 발전전략’의 기본방향을 구체화하고 발전시킨 것으로서 방사선 분야 신산업을 창출과 원자력기술 분야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방사선분야 정책을 중점적으로 보자면, ‘안전한 방사선 활용을 통한 혁신성장 견인’과 ‘기술·사회·산업의 과제를 해결하는 미래방사선 기술혁신 추진’을 각각 비전과 추진전략으로 내세웠다.

 

<미래 방사선 산업창출 전략(안) 추진전략 및 과제>

 

  이에 따라 기술, 사회, 산업 각 분야별로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유망기술 집중투자, 잠재기술 지속지원 등을 통해 기술개발 전략을 강화하고 8대 유망기술군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시장 창출·진입을 위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방사선 안전관리 역량 확보 지원, 산업화 촉진을 위한 방사선 규지제원 체계 강화, 방사선기술의 국민 수용성 제고를 통해 방사선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분야 세부 추진계획으로는 해외 수입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자급체계를 구축하고 대형 연구 인프라를 중심으로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지역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여 중소기업 제품개발, 출연(연) 기술사업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래 방사선 산업창출 전략’에는 7년간 약 8,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R&D사업 상세기획을 통해 소요 예산 규모를 구체화 및 검증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 재정당국 협의를 거쳐 재원 확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방사선 치료 장비인 X-Band 급 선형가속기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국내 암환자의 약 30%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암 치료용 방사선 장비와 그 시스템은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기연구원에서 새로 개발한 X-Band 급 선형가속기는 상용화 된 제품들에 비해 X선을 만들어 내는 출력이 3배나 높아서 상대적으로 더 작고 가볍지만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방사선 치료 시설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여러 자기공명영상장비(MRI)나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 등 과 같은 의료영상 장비와 손쉽게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방사선치료기 시장은 연 평균 6.8%의 성장률을 보이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선진국 업체들이 전 세계 90% 이상 장악하고 있지만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방사선치료 시장에서 기술독립을 실현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문에 미처 담지 못한 흥미로운 기사들을 짧게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① 헬릭스 동물메디컬센터에서는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전용 방사선 치료센터를 개소하였다고 밝혔다. 치료센터에 설치된 방사선치료기기는 대형 종합병원에서도 활용하는 최첨단 장비로 향후 반려동물 암 치료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② 12월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 방사선 의료기기 전시회(RSNA)의 최대 이슈는 의료 인공지능 기술이었다. 특히 이번 RSNA 전시장에 AI 전용 전시관을 마련하여 해당 기술을 집중 조명하였고, 의료 AI 분야 주요 기업들을 필두로 AI기술과 진단·치료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연구결과들도 발표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밖에도 AI기술을 뒷받침해 줄 클라우드와 고성능 그래픽 카드 기업도 RSNA 전시에 참여해 AI기술이 의료기기 시장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임을 알 수 있었다.

③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산화철 나노 입자를 이용하여 암 등 질병의 위치를 확인 할 수 있는 의료 영상 장비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해당 장비의 상용화 기간을 7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비 침습적이고 방사선피폭 없이 암을 진단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제 2주 뒤 면 황금돼지의 해였던 2019년이 저물고 흰쥐의 해인 2020년이 도래한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연말연시 보내시고 한해 잘 마무리하시기 바란다. ‘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도 내년에는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Clin Cancer Res, 2003;9(1):10-19
2) 
N Engl J Med, 2005;352(21):2184-2192
3) N Engl J Med, 2012;367:1792-1802
4) 콜레스테롤 무조건 줄이면 인지기능 저하 위험...HDL 질·양 높여야, 헬스조선, 2016.10.11.
5) 컨버전스 방사성의약품: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도록 제조한 의약품으로서 종양 진단제와 종양치료제 등 목적에 따라 변환하여 사용될 수 있는 의약품 (출처: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연구소 우수 연구 성과 2007~2017년, 한국원자력의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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