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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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방사선의학의 역사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19-06-24

 

  올해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자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런 역사적으로 뜻깊은 해에 4월 11일 임시정부수립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참고로 4월은 역사적으로 많은 사건에 비해 국정공휴일이 없는 달이고, 조금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한 공휴일이 매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 특성 상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필수과목이 아닌 교과목들은 등한시 되는 경우가 많다. 2004년 수능에서 한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한국사 선택율 저조(2015년 수능 기준 6% 응시) 및 역사의식 부재 논란으로 2016년 수능부터 다시 한국사가 수능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 역사학자 토마스 칼라일은 “역사는 모든 과학의 기초이며 인간 정신의 최초 산물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사는 역사의 흐름과 그 결을 항상 같이 했으며,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연구에서는 좋은 특허나 논문들도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방사선의학의 과학기술사에 대해 짧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 2019년은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

 

 

  위에서 언급한 대한민국임시정부처럼 방사선의학도 역시 그 학문적인 공로에 비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무서운 존재? 보이지 않는 존재? 등과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방사선에 대한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것들을 키운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방사선의학의 역사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우선 방사선의 정의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방사선은 입자 또는 파동이 물질이나 공기 중에 전파되어 에너지를 전달하는 과정, 즉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기타 전자기파도 넓은 의미에서는 방사선의 범주에 포함된다. 방사선은 원자의 전자를 분리시킬 수 있는, 즉 이온화를 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전리 방사선과 그렇지 않은 비전리 방사선으로 나뉘며 보통 방사선이라고 하면 전리방사선을 의미한다.

 

  방사선은 1895년 뢴트겐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1년 뒤 베크렐에 의해 우라늄은 자연 상태에서도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것이 발견되어 방사능이란 개념이 도입되었다. 1898년 마리퀴리가 라듐·폴로늄·토륨을 발견하였고, 1915년 윌리엄 브래그가 브래그 피크 발견(브래그 피크는 양성자선, 알파선, 중성자 등과 같은 입자선이 매질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고유 특징이다.), 1923년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추적자로 활용하여 식물의 칼슘대사를 밝힌 헤베시, 1927년 뮬러가 방사선에 의한 돌연변이 유발을 발견하는 등 1930년대 이전에는 방사선과 방사능, 방사성 동위원소의 발견 그리고 방사선의 특징과 그로인해 유발되는 물리·화학·생물학적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1928년에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 1950년 개편)’의 전신인 ‘국제 X선 라듐 방호위원회(IXRPC; International X-ray and Radium Protection Committee)’가 설립된다.

 

< 이공계생들의 학업량 증가(?)에 일조한 과학자들이 모인 것으로 유명한 1933년 제7차 솔베이회의 참석자사진; 주제는 당시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모든 과학자가 참석하였고, 방사선과학이 다이너마이트와 같이 전쟁을 위한 무기보다 인류 공헌을 위한 의학적 활용을 결의한 것으로 유명한 과학사적 모임이고, 당시 아인슈타인은 독일 잠수함의 해상 공격위험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

 

 

 

  방사선은 1930년대 이전부터 의료분야에서 활용되었다. 뢴트겐이 1895년에 X선을 발견하였을 때 이미 인체 내부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마리 퀴리가 발견한 라듐을 이용해 그 당시 암환자들에게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1931년 어니스트 로렌스가 세계 최초로 사이클로트론을 개발하면서 부터이다. 이후 1934년 최초로 인공 방사성 핵종이 개발되면서 방사성동위원소의 의학적 이용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게 된다.

 

1941년 사울 허츠가 방사성요오드를 갑상선질환 치료에 적용 하면서 방사선을 외부에서 치료부위에 조사하는 것이 아닌 인체 내부에 방사성물질을 투약·투여하여 진단·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후 해밀턴이 가이거뮬러 검출기를 이용하여 갑상선에 방사성요오드가 섭취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인체의 생리적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핵의학 영상진단기술의 시초가 되었다. 과거 피부암과 같은 표재성 질환 치료에 집중되었던 방사선치료는 1950년 도입된 코발트치료기로 인해 고에너지 방사선을 이용하여 심부종양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훗날 의료용 선형가속기의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방사선의 높은 에너지가 세포의 DNA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정상세포의 DNA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방사선을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방사선의 무분별한 이용에 경각심을 표명하였으며, 이러한 우려는 세계 2차 대전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현실이 되었다. 핵무기 사용 후 발생되는 방사능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 인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는데, 폭발 후 발생된 엄청난 방사능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1957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UN총회에서 ‘평화를 위한 원자력’을 언급 하였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군사적 이용을 막기 위한 국제적 협력을 추진할 목적으로 UN산하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가 설립되게 된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는 의료영상기기 개발이 두드러졌다. 1971년 앨런 코맥, 고드프리 하운스필드 주도로 최초로 컴퓨터단층영상촬영장치(CT; Computed Tomography)가 개발되었으며, 1980년대에 자기공명영상장치(MRI; Magnetic Resonance Image) 가 개발되었다. 특히 CT의 개발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방사선치료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 고에너지의 방사선이 조사될 환부를 이전에 비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 CT 영상을 이용해 방사선 조사선량을 3차원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계획 컴퓨터 시스템이 개발되어 임상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다엽콜리메이터(MLC; Multi-Leaf Collimator)가 개발되면서 종양부위에 맞게 선량을 조절하여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는 세기변조방사선치료기법(IMRT; Intensity Modulated Radiation Therapy)도 이 시기에 개발되었다. 1970년대 중반에는 CT와 유사하게 단층촬영이 가능한 양전자단층촬영장치(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가 개발되어 인체 내부의 해부학적 구조 뿐 아니라 생리학적 기능도 영상화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990년대부터 FDG PET이 임상에 본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종양의 포도당 대사를 통한 종양의 악성도 여부 진단 및 치매, 간질 등의 뇌질환과 허혈성 심장질환의 중요한 진단기술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 방사선의학의 주요 역사, 여백이 부족하여 나머지 내용들은 생략한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CT와 방사선치료기를 융합한 형태의 토모테라피(Tomotherapy) 장비가 개발되어 더욱 정교한 IMRT가 가능해졌고, 기존의 의료용 선형가속기에서 원뿔형 빔 전산화단층촬영영상(Cone beam CT image)을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되어 영상유도방사선치료(IGRT; Image-Guided Radiation Therapy)가 가능해졌다. 또한 방사선조사 중 종양 및 정상조직의 움직임을 감안하여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는 호흡동조방사선치료(RGRT; Respiratory-Gated Radiation Therapy)기술도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입자방사선이 일정 깊이에만 방사선 에너지를 전달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기존의 방사선치료보다 정상조직을 보호하는데 유리한 입자방사선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양성자빔치료기(Proton beam therapy)는 국내에도 이미 도입되어 많은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으며, 현재 양성자 보다 무거운 질량 때문에 종양조직 사멸에 더 탁월한 효과를 가져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이온치료기(Heavy ion therapy)가 도입 중에 있다.

 

  PET은 인체의 생리학적 기전을 영상화 할 수 있었지만 영상해상도가 떨어져 해부학적 구조를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CT는 해부학적 구조를 관찰하기엔 좋았지만 생리적 기능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많은 과학자들이 이 두 영상장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기(PET/C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Computed Tomograpy) 라는 융합 의료영상 진단 장비를 개발하여 2001년부터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며 2017년 기준 국내 PET/CT 촬영 환자 수는 약 18만 명 정도이다. PET/CT의 성공적인 임상적용에 힘입어 PET/MRI의 개발 및 임상적용도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암 진단 및 치료 목적 위주로 방사성의약품이 개발되었다면 최근에는 64Cu, 89Zr 등 PET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와 심장 및 뇌질환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Theranostic 의약품과 방사성핵종에 나노의약품을 표지한 Radionanomedicine 기술 개발 등이 연구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뇌질환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경우 국내최초,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된 알츠하이머 진단 방사성의약품인 ‘알자뷰’가 작년부터 임상에서 이용 중이다.

 

  이러한 방사선의학의 발전은 암 치료 트렌드도 변화시키고 있는데 기존의 3대 암 치료법이었던 수술, 항암요법, 방사선치료 이외에 면역치료도 암 치료법으로 적극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방사성동위원소와 항체를 결합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이른바 ‘방사선 미사일’ 치료라고 불리는 방사면역치료법도 활발히 연구 중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오늘날에는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가 생성되고 있으며, 기술과 기술 간의 경계 융합되면서 새로운 기술과 학문이 무서운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두려워하는 것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가 도리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게 하는 점 때문이지만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를 분석한다면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융·복합 과학기술분야인 방사선의학의 과거와 현재를 짧게나마 짚어보았다. 앞으로 방사선의학이 신기술·분야와 융합하여 새로운 분야를 창출할 수 있을지,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기대되지 않는가.◼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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