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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PET의 시대가 오고 있다.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19-07-30

3차원 수직구조 반도체기술혁신

  2013년 8월 삼성전자는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양산을 시작하였다. 이 기술은 이전까지는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초고집적 1테라비트(Tb) 이상의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가능하게 한 혁신적인 기술로서,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수많은 전자기기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기존의 2차원 반도체가 단층건물이라면 3차원 반도체는 초고층 빌딩이다 보니 정보의 초고집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의 핵심기술은 수직으로 쌓아 올린 각 단들에 수직방향으로 정확한 구멍을 뚫는 것과 각 층마다 수평방향으로 동일한 규격의 문을 만드는 것이다. 아파트에 비유하자면 200미터짜리 건물에 옥상부터 바닥까지 5미터 지름으로 수십억 개의 구멍을 한번에 뚫음과 동시에 각 층마다 전자가 드나들 수 있는 2개의 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단지 차이라면, 큼직큼직한 아파트와 달리 반도체에 구멍과 문을 만드는 과정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미세한 세상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신 PET 스캐너 – 무엇이 혁신인가?

  2019년 1월 United Imaging Healthcare (UIH)가 UC Davis와 공동으로 개발한 전신 PET 스캐너가 미국 FDA 승인을 획득하였다. 기존의 PET 스캐너로도 전신영상을 얻을 수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도넛 모양의 스캐너의 길이(도넛의 두께)가 사람 몸의 길이(세로) 방향 기준으로 15-20 cm에 불과하여 몸에 투여한 방사성의약품에서 나오는 신호를 동시에 모두 얻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즉, 전신 촬영을 위해서는 몸의 아래에서 위쪽 방향에서 2-3분 정도 간격으로 스캐너를 옮겨가면서(마치 아주 천천히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는 것처럼) 신호를 얻은 다음 이 신호들을 합쳐서 전신영상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언뜻 생각해도 불편해 보이고 전신에서 나오고 있는 신호 중 대부분은 포착하지 못하고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것이지만, 스캐너를 전신 길이에 맞추어 길게 만들면 PET 장비가 너무 비싸져서 경제성이 떨어지고, 전신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신호를 처리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었기에 현실적인 방법을 이용했다고 보면 된다.

 

 

 

  전신 PET 스캐너는 원통모양의 스캐너 길이를 2미터 정도로 크게 만든 것으로, 스캐너에 들어가는 부품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고 방대한 양의 신호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핵심요소이다. 이 장비의 장점은 1) 전신에서 방출되는 신호를 빠짐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 같은 양의 방사성의약품을 몸에 주입했을 때 짧은 시간(이론적으로 40분의 1)만 신호를 얻어도 같은 품질의 PET 영상을 얻을 수 있고, 2) 같은 시간 신호를 얻는다면 이론적으로 투여하는 방사성의약품의 양이 40분의 1만 되어도 같은 품질의 PET 영상을 획득할 수 있으므로 방사선 피폭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고, 3) 몸에 투여하는 방사성의약품의 실시간 체내 분포를 영상화 할 수 있으므로 신약개발과 평가에 핵심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전신 PET 스캐너 – 어떻게 이용될까?

  위에 열거한 장점들은 하나하나 임상적인 의미가 크다.

  첫째, 짧은 시간 안에 PET 영상을 획득하는 것은 우선 환자 입장에서 큰 이점이 있다. 전신 PET 영상은 15-20분 정도 원통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데, 일단 그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은 통증이 있거나 치매가 있는 환자에게는 말처럼 쉽지 않다(해봐서 아는데, 정상인도 힘들다). 환자에게 호흡곤란의 위험을 무릅쓰고 안정제를 투여한다음 영상획득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래도 안될 때에는 적절한 영상획득에 실패하기도 한다. 폐쇄공포증이 있다면 원통 안에 단 5분이라도 있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상태가 위중하여 언제 응급상황이 발생할 지 모를 환자를 20분 간 원통안에 넣어두고 마음이 편할 의사는 없다. 전신 PET을 이용한 영상 획득시간은 1분 미만일 것으로 예상하는데(아직 프로토콜이 최적화되지 않았다), 이 정도 시간이라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어려움없이 전신영상을 얻을 수 있다. 병원 경영측면에서도 PET장비 여러 대를 운영하면서 소요되는 공간과 인력을 1대의 전신 PET을 이용하여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PET 촬영 시 방사성의약품 투여에 의한 방사선 피폭량이 이론적으로 40분의 1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예컨데 F-18-FDG 투여에 의한 방사선 피폭량은 0.1 - 0.2 mSv 로서 가슴 x-ray 2회 촬영하는 정도로 획기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물론, PET을 촬영할 때에는 일반적으로 감쇄보정 목적의 저선량 CT를 함께 촬영하므로 이 부분이 추가되어야 하지만, F-18-FDG PET/CT에 의한 방사선 피폭 중 약 절반이 체내에 투여하는 방사성의약품(F-18-FDG)에 의한 것이므로 전체적으로 PET의 방사선 피폭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 CT 선량을 낮추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신 PET 기술이 임상에 널리 보급되는 시점에서는 현재의 PET보다 획기적으로 방사선 피폭량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방사선 피폭량이 낮아지면 방사선에 예민한 소아환자나 암환자의 추적관찰 등에 있어서 방사선피폭에 따른 위험 대비 검사의 효용성이 증대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PET용 방사성의약품의 ‘실시간 전신 PET영상’이 가능해진다. 이를 이용하면 신약 개발과 평가 단계에서 전신 분포를 평가할 수 있고, 질병이 체내에서 이동하거나 전이되는 양상을 영상화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전신 PET 스캐너를 개발한 UC Davis 그룹에서는 박테리아만 선택적으로 포식하는 방사성의약품을 개발 중인데, 이를 이용하여 실시간 전신 PET 영상을 얻으면 박테리아의 체내 분포와 이동경로를 마치 영화필름처럼 돌려볼 수 있게 된다.

 

전신 PET 시대를 기다리며

  대부분의 혁신적인 기술은 최초의 환호 뒤에 온갖 비판이 뒤따르곤 한다. 전신 PET 스캐너도 비용 면에서 얼마나 합리적으로 시장에 등장할 것인지가 첫 관문일 것으로 보이고, 과연 기대한 만큼 소요 시간이나 방사선 피폭량 면에서 획기적인 발전이 있을지도 검증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신 PET 스캐너는 F-18-FDG나 PET/CT 시스템의 개발만큼이나 핵의학 분야에서는 획기적인 기술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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