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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태현 센터장 - 첨단기술과 경험이 만든 12년 ‘내공(內功)의 힘’으로
암 환자의 ‘시간’을 지켜주는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태현 센터장 - 첨단기술과 경험이 만든 12년 ‘내공(內功)의 힘’으로
    암 환자의 ‘시간’을 지켜주는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모든 암 환자들에게 치료과정이나 치료시간은 중요한 문제다. 특히 재발암 등 수술을 할 수 없는 난치암 환자들에게 시간은 생존기간의 연장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립암센터에서는 치료 결정 후 2~3주 이내로 양성자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양성자치료센터 김태현 센터장은 “양성자치료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또 기존 방사선 치료 대비 큰 효과를 보일 수 있는 환자에게 치료를 시행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치료받고 높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번 호에서는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태현 센터장을 만나 양성자치료의 중요성과 양성자치료센터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방사선 치료의 일종인 양성자치료는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종양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은 줄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사선치료 대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인체를 투과하는 양성자빔의 세기를 조절하면 암세포만을 정확히 조준해 파괴할 수 있다”는 김태현 센터장은 “이는 양성자빔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인데,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발산되는 지점인 ‘브래그 피크(Bragg Peak)’ 뒤 정상 조직에는 방사선 노출이 없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다시 말해 양성자빔은 X선과 달리 체내에서 멈추기 직전 대부분의 에너지를 내놓고 사라지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온 양성자치료, 그 물꼬를 연 국립암센터

김태현 센터장

  양성자치료는 1946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로버트 윌슨 박사에 의해 양성자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것을 처음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이후 방사선 의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199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환자 전용 양성자치료 시설 도입이 확대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 주요 의료기관에서 양성자치료기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양성자치료의 역사는 2001년 보건복지부가 국민의 사망원인 1위인 암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양성자치료기를 국립암센터에 도입키로 결정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듬해인 2002년 국립암센터에 국내 최초로 양성자치료시설 설계를 완료하고, 양성자치료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게 되었다. 이후 2007년 첫 환자의 진료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양성자치료시대를 개막했으며, 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12월 양성자치료센터를 오픈하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두 개의 의료기관에서 양성자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 3,000여 암 환자 치료하며 경험 축적한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태현 센터장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는 3대의 선형가속기를 비롯해 2대의 토모치료기, 양성자치료기 등 최신 치료 장비를 갖추고 지난 12년간 암 환자를 치료해 왔다. “우리 센터의 경쟁력은 첨단장비의 구축과 활용은 물론이고, 경험 많은 임상 코디네이터와 의료진들이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일 방법들을 찾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환자중심의 진료상담을 통해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소개한다.

  국내 환자에 최적화된 양성자치료를 시행해 온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는 현재까지 3,000명이 넘는 암 환자들을 치료했으며, 이중에는 주목할 만한 성과나 치료사례들도 많다. 최근 연구 성과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그동안 다양한 암종의 치료결과, 생존율이 낮은 간암·췌담도암에서 양성자치료가 매우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고,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도 양성자치료를 통해 수술적 절제를 한 환자와 유사한 치료 성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태현 센터장이 지난 3월 간담도췌장암센터 박중원·김보현 교수 연구팀과 함께 발표한 양성자치료 성과 연구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김태현 센터장 연구팀은 2012년 6월부터 2017년 4월까지 국립암센터에서 양성자치료를 받은 간세포암종 환자 243명을 분석해, 양성자치료가 초기 간암뿐 아니라 진행성 간암에도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임을 밝혀냈다. “양성자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이 1기는 69%, 2기는 65% 이상이었다”고 말하는 김태현 센터장은 “이는 수술 또는 고주파치료와 유사한 치료 결과로서, 환자들은 종양의 위치나 크기, 재발, 동반질환(고령, 신장기능 저하 등)으로 수술 등의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센터장은 “수술적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은 3기 및 4기 환자는 다른 치료와 병용해 5년 생존율이 각각 43%, 2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반적인 간암의 생존율을 상회하는 수치로, 양성자치료가 모든 병기의 간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여 말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전체 대상자 중 양성자치료로 인한 심각한 간 기능 저하를 보이는 환자가 단 한 명도 없어 양성자치료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안전성 역시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김태현 센터장은 안구암, 폐암, 식도암 등 여러 난치암의 양성자치료 사례를 소개했으며, 특히 치료부위에 따라 해당 부위의 성장의 지연, 기능장애를 초래하거나 2차 암을 유발할 수도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소아청소년암에서 양성자치료가 높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양성자와 X선을 면역치료제와 병용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김태현 센터장은 “여러 새로운 치료방법이나 치료제가 나올수록 병용연구를 통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할 기회가 생긴다”며 “그러나 병용을 하면 보험적용이 안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약제 단독으로만 허가받기 때문에 병용을 하면 보험적용에 제한을 받아 환자부담이 커져서 적용할 수 없게 된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효과 제고를 위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하며, 또 이러한 연구를 통해 검증된 결과가 병용연구 보험적용 제한 등의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김태현 센터장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리포트를 내고 있다.

▶ 누구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국민의 ‘양성자치료센터’

김태현 센터장

  암 환자에게는 질환에 따른 고통뿐만 아니라 불면, 불안, 우울 등 심리적 고통도 수반된다. 특히 예우가 좋지 않은 난치암 환자들의 경우 심리적 불안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은 의사들에게도 전달된다. “암 전문병원은 예우가 안 좋은 암 환자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의료진들도 심리적 부담감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하는 김태현 센터장은 2002년부터 국립암센터에 근무하면서 이러한 부담감을 극복하는 방법을 오히려 환자들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의사들은 경험을 쌓으면서 학습곡선을 그리면서 진보하고 진화한다”는 김태현 센터장은 “장비가 좋아서 치료성적이 좋아질 수도 있지만, 질환을 보는 의사의 기술과 경험, 노하우에 따라서도 치료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의사들은 늘 배우고 자기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축적된 경험을 통해 진화된 의술을 펼칠 수 있는 것은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의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이 센터는 방사선의료진들이 내과, 외과 전문의들과 함께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고 있어 환자의 신뢰도 또한 크다.

  국립공공의료기관인 국립암센터가 민간 의료기관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수익과 연연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치료성과를 높일 수 있는 연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는 김태현 센터장은 “양성자치료센터 역시 수익을 목적으로 구축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것이 국립암센터가 2011년부터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양성자치료비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특히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는 ‘대기환자’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양성자치료를 필요로 하는 암 환자들의 대부분은 수술이 어렵거나 재발 등으로 인한 난치성 암 환자”라고 말하는 김태현 센터장은 “이들 암 환자에게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국립암센터에서는 치료 결정 후 2~3주 이내로 양성자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진료상담 등을 통해 양성자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양성자치료의 기회를 준다”며 “2~3개월을 기다려서 양성자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은 역으로 생각하면 양성자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자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김태현 센터장은 덧붙였다.

  끝으로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완치율을 높이고 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태현 센터장은 “우리가 하는 연구들이 잘 런칭되어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부 및 유관기관, 제약업계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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