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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이원진 교수 - 인구집단에 관한 ‘노출’과 ‘건강영향’의 분포 및 관련성을 찾아내는 재미있는 과정으로서의 학문

    고려대 이원진 교수 - 인구집단에 관한 ‘노출’과 ‘건강영향’의 분포 및 관련성을 찾아내는 재미있는 과정으로서의 학문

  “예방의학, 특히 역학기반 기초연구는 관심분야의 연구결과를 인구집단으로부터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연구를 통해 지적인 만족을 찾아나가는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고려대학교 이원진 교수는 말한다. 이번 호에는 30여 년간 예방의학 분야에서 질병의 원인과 질병 발생의 위험요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해 온 이원진 교수를 만나 예방의학과 방사선역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 예방의학과 역학의 의미

이원진 교수 사진

  예방의학은 인구집단에 대한 질병 혹은 관련 요인들에 대한 과학 (population science)으로서 매우 오래된 학문이다. 고려대학교 예방의학교실 이원진 교수는 “예방의학은 역학, 보건관리, 환경보건의 다양한 보건학적 속성이 뭉친 학문”이라고 말한다. ‘환경’이라는 주제 속에서 농약이나 방사선 등 환경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건학적 개념에서 역학연구를 수행해 온 이원진 교수에 따르면 역학연구의 가장 큰 차별화는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임상의학이 환자 위주의 개별적인 진단과 치료로 접근하는 반면, 예방의학이나 역학연구는 지역사회 집단 또는 일반인들, 사업장 종사자 등 집단에 대한 연구를 하며 따라서 연구에 있어서 집단적 사고 (population thinking) 와 집단 비교 (group comparison)라는 개념을 갖는 것이 가장 다른 부분”이라고 이원진 교수는 덧붙여 설명한다. 그 이유는 “인구집단의 특성 및 정보가 건강영향을 살펴보는데 개인적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경우들이 많으며, 개인에 대한 건강문제는 그 개인이 소속된 집단의 정보를 다른 집단과 비교 파악함으로서 올바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인구집단에 따라서 같은 위험요인이라도 위험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이원진 교수는 “개인에게는 불확실한 것도 집단차원에서는 확실한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선 노출에 의해 암 발생이 10만 명당 100명 추가적으로 증가한다고 할 때 누가(개인적 차원) 암에 걸릴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그 집단에서(집단 차원) 100명 정도가 추가로 암에 걸린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확실한 사실이다”라며 “방사선에 노출시 개인적 차원에서는 암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인구집단 차원에서 보면 암의 발생 확률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노출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방사선 영역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문턱없는 선량모델 (LNT)의 경우도 개별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의 개념차이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특정 개인에서 특정 선량 이전에는 건강 영향이 나타나지 않다가 그 이상에서 영향이 나타나는 현상은 존재할 수 있으나 인구집단에는 민감도가 다른 많은 다양한 개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단을 대상으로 한 단일한 역치를 설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 무엇이 맞고 틀리는 것이 아니라 관점에 따른 다른 모습들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예방의학은 연구베이스의 학문이기 때문에 의학이나 임상연구에 비해 학생들의 관심도가 크지 않다”고 소개하며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만 최근 역학, 코호트 등 예방의학의 핵심이 되는 집단연구 개념의 용어들이 많이 알려지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에서 예방의학에 대한 중요성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2000~2001년 UN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포닥으로 근무한 바 있는 이원진 교수는 “당시 IARC의 5개 조직 중 3개 조직이 보건학적 분야를 다루고 있을 만큼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회상했다.

 

▶ 방사선 역학이 다른 역학분야와 다른 점

이원진 교수 사진

  방사선 역학은 방사선이라는 환경 인자의 분포 및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을 다루는 역학의 한 분야이다. 비록 ‘방사선’과 ‘역학’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요성은 두 영역이 동등하지 않다. “즉 방사선 역학은 방사선 자체를 연구하기 보다는 방사선이라는 인자를 역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이원진 교수는 설명한다. 방사선 역학은 방사선 노출 유형에 따라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지며 (예, 방사선 종사자들의 직업적 노출에 대한 분야, 일반인 및 환자들의 의료 노출 분야, 재해나 사고로 인한 노출 분야, 자연 방사선 노출 연구 분야 등)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방사선에 의한 건강영향을 밝히고 우리사회에서 방사선을 관리하는데 큰 기여를 하여 왔다.

 

  방사선 역학은 다른 역학 분야와 ‘구별되는 장점들’이 있다고 이원진 교수는 말한다. “노출 및 건강영향 평가에서의 매우 정량화된 지표 및 접근방법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활발한 연구들은 방사선 역학의 장점들로서 다른 역학분야에서도 응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전문화는 역학 연구의 내용을 깊게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일반 역학 분야와 분열되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기존 방사선 관련 학문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뿐 아니라 다른 역학분야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방사선 역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방사선 역학의 중요성이 부상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일본산 수산물, 라돈사태 등 생활방사선에 대한 이슈가 많아지면서 대국민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원진 교수는 “생활 방사선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의료기관에서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일반인에게 노출되는 의료 방사선과 작업 과정에서 작업자들에게 노출되는 직업적 방사선 문제이다”고 한다. 일반인의 관심과 그 중요도와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원진 교수는 방사선 역학 중에서‘뱃지(TLD, 방사선노출 측정을 위한 개인선량계)를 착용하고 있는 의료방사선종사자 집단’ 연구에 집중해 왔다. 최근 논문들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방사선종사자들의 직업적 방사선 노출 수준 및 암 위험도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현재 이원화된 방사선관계종사자와 방사선작업종사자들의 관리가 일원화 될 필요가 있으며, 항공승무원 등과 같이 뱃지를 착용하지 않은 방사선 노출 종사자 집단의 역학조사도 중요하다”는 이원진 교수는 향후 ”의료, 작업, 생활 방사선을 모두 종합하는 방사선 역학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방사선이 가져다주는 이익과 위해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원진 교수는 현재 방사선역학은 방사선의 사용을 강조하는 다른 방사선 관련 전문 학문들이 주도적인 환경에서 방사선의 사용을 가능한 줄이자는 목소리를 내는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원진 교수는 “다른 분야연구자들은 100 mSv 이하에서는 ‘안전하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역학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확한 표현은 위험이 ‘적다’이다. 위험도가 없는 것과 (no risk) 위험도가 적은 (low risk) 것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인다.

 

  방사선역학은 학문(science)으로서의 방사선에 대한 지식을 확장해 나가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사업(practice)으로서의 얻어진 지식을 방사선 방호에 유용한 기술로 적용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기능이 항상 같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이원진 교수는 “어느 기능을 우선시 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학문으로서의 역학이 우선되고 사업적 기능은 부가적인 기능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원진 교수 사진

▶ 방사선 역학 발전을 위한 의학원의 역할

  학문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전문가 발굴 및 양성이 중요한데 예방의학, 그중에서도 방사선 역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원진 교수는 한국원자력의학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방사선 관련 정부출연연구원에서 다른 분야 전문가들은 많지만 역학을 하시는 분들은 매우 적다”며 “다행스럽게도 의학원에는 역학 전문가들이 몇 분 계시는데, 앞으로 방사선 역학 연구를 통해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의학원이 주도적으로 방사선 역학 연구기능을 활성화시켜 국가 보건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국립암연구소에서 방사선역학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전담부서에 40여명 가까운 연구 인력들이 배치돼 있을 만큼 중요성이 크다고 말하는 이원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암센터가 그 역할을 충분히 담당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암’이라는 질병에만 국한되기보다 광범위한 개념의 방사선역학 연구가 필요하다”며 “의학원은 암을 포함해 폭넓은 질병 형태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최적화된 기관”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한편 이원진 교수는 예방의학을 선택하는 후학들에게 “다른 역학 분야에 비해 심도 있는 역학 연구를 실현할 수 있는 방사선역학을 권장하고 싶다”고 한다. 이원진 교수는 “방사선 역학에서 경험하는 다양하고 심도 있는 역학적 개념과 방법론은 수련 이후 비록 다른 역학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방사선역학은 방사선의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보건학적 문제들을 찾아나가는 과정으로서 다른 분야 보다 깊이 있게 빠져들어 갈 수 있다”는 이원진 교수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예방의학은 사회의 기여뿐 아니라 스스로의 지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매력적인 전공분야임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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