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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Richard L. Wahl 교수- ‘Be curious, Stay Curious’ 
나의 연구 성공 비결은 호기심에서 온다!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Richard L. Wahl 교수- ‘Be curious, Stay Curious’
    나의 연구 성공 비결은 호기심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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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치성 종양질환 치료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표적치료의약품인 벡사(Bexxar) 개발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난치암 환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데 기여한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Richard Wahl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대한암학회의 초청으로 6월 21일, 22일 양일간 치러진 ‘대한암학회 제44차 학술대회 및 국제암컨퍼런스’에 참석한 Richard Wahl 교수는 애제자였던 가톨릭대 오주현교수의 요청으로 우리 웹진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고에서는 방사선 영상의학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Richard Wahl의 철학과 동 분야 연구트렌드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 항체의 신비에 빠져 핵의학을 선택한 ‘천생학자’

Richard L. Wahl 교수 사진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말린크로트(Mallinckrodt) 방사선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Richard Wahl 교수(이하 Wahl 교수)는 세계적인 방사선 영상의학 권위자다.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방사성의약품 벡사(Bexxar)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Wahl 교수는 “표적치료 항암제 벡사 개발은 나에게 가장 큰 흥분을 안겨준 연구였다”고 회상한다. 그는 “첫 환자 치료 6주 후 나타난 치료반응에서 암세포의 75%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 성공적인 치효반응에 매우 흥분했었다”고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이는 세계 방사선 의학계도 놀랄 만한 결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저널인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지에 두 차례에 거쳐 벡사의 개발과정 논문을 게재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각 의학 분야마다 뛰어난 논문 한 편씩만 싣고 있는 NEJM는 국제학술지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미국 SCI(Science Citation Index)의 심·혈관계 분야 평가에서 수년째 1위를 차지할 만큼 임상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가장 권위 있는 잡지로, NEJM의 인용지수(Impact Factor)는 유명 과학저널인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보통 높게 나온다. Wahl 교수는 이러한 문턱 높은 저널에 두 차례 논문을 게재한 것이다.

  의과대학생 시절부터 항체에 관심이 많았다는 Wahl 교수는 “항체가 목표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놀랍고 신기해 항체를 다른 것과 결합시키는 구조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NIH에서 항체연구를 시작해 30여 년간 핵의학/방사선 영상의학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Wahl 교수는 “생리학적인 면을 강조하는 핵의학과 해부학적 구조물에 국한되지 않으며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모두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선 영상학은 매우 매력적인 학문”이라며 “처음 핵의학 연구에 빠져들 때 만 해도 항체가 구체적으로 목표물을 쉽게 찾아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떠한 질환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 생각은 ‘방사선학, 면역학 영상의학과 3가지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의사’라는 목표까지 만들어 냈다.

▶ 새로운 학문과 기술의 융합 그리고 진취적 연구는 끝이 없다

Richard L. Wahl 교수 사진

  “방사선 영상 관련 모든 분야가 연구와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하는 Wahl 교수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촉진기술과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최신 의료트렌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Wahl 교수가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MRI 연구는 인공지능(AI), 종양과 뇌 연구를 위한 광학영상과 뇌 영상을 통한 연결성을 비롯해 실제로 환자의 체내에서 비침습적으로 대사되는 과정을 보는 매우 앞선 기술인 Hyper polarized MRI 연구,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Theranostics, 알파입자치료 등이라고 한다.

  “의료분야 역시 다학제 연구와 기술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Wahl 교수는 위에서 말한 6가지 관심 연구 분야 중에서도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연구는 ‘뇌 영상을 통한 연결성(Connectivity)’이라고 한다. Wahl 교수는 “말린크로트(Mallinckrodt) 방사선 연구소 내에 뇌 영상 연구실은 규모가 커서 뇌 영상을 통해 질병뿐만 아니라 건강과 질병상태, 신생아에서부터 어린이, 어른까지 모든 연령군의 뇌 영상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하면 뇌 영상 연결성 연구가 용이하다”고 말한다. 특히 ‘쉬는 상태에서의 뇌’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Wahl 교수는 “어린아이한테서 나타나는 뇌의 연결 상태가 훗날 자폐아가 될 아이의 뇌 연결 상태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연결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연구한 자료가 발표된 바 있다”며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MRI 영상 진단에서 뇌 연결 상태와 진화를 예측하고 자폐를 가진 질환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조기치료 및 조기행동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연구의 성공에는 지름길이 없다!

  “성공에는 지름길이 없다. 한걸음씩 정도(正道)를 지키며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Wahl 교수는 연구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결과물(논문)을 내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과학이 연구를 이끌도록 하게 허락해 줘야 한다”고 말하는 Wahl 교수는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연구는 과학적 관점에서 의문점을 해결하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경우 왜 믿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닌지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와 함께 Wahl 교수는 연구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연구팀의 팀워크’라고 말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연구 역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연구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Wahl 교수는 “특히 연구과정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팀이 있어야지만 우수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으며, 이러한 팀워크가 과학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한다.

  한편 Future cancer research priorities in the USA 등 미래 암 연구 관련 위원회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에 대해 Wahl 교수는 “우리와 같은 고경력 연구자들은 다음 세대에게 성공의 기회를 주거나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공익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과학과 정책이 접점인 공간이 바로 ‘Future cancer research priorities in the USA’와 같은 위원회 활동”이라고 소개한다.

Richard L. Wahl 교수 사진

▶ 호기심을 지속시켜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다는 Wahl 교수는 “30년간 매일같이 아픈 사람과 마주하고 진료하면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첫 출근을 할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연구 역시 의과대학을 선택했을 때와 같이 환자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Wahl 교수는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슬럼프가 찾아오더라도 스스로를 위한 치유의 시간을 만들고 일과 생활, 건강에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30년 넘게 연구를 계속하면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묻자 Wahl 교수는 ‘remain curiosity’, 즉 지속적인 호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연구과정에서 수시로 생겨나는 호기심을 생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다른 호기심을 만들어 내고 또 다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Wahl 교수는 발현형과 유전형을 결합시켜서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분자영상은 정밀의학과 정밀의료 시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세라노스틱스는 암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질병의 조기발견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Wahl 교수는 “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방사선 영상 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흥미로운 연구의 기회들도 많아질 것”이라며 “한국의 핵의학 및 방사선의학 연구자들 역시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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