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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보건연구원 박도준 원장- 국내 유일의 보건의료 R&D 기관,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위기 대응강화를 위한 ‘변화’를 시작하다

    2017년 04월호
    국립보건연구원 박도준 원장- 국내 유일의 보건의료 R&D 기관, ‘국립보건연구원’ 보건위기 대응강화를 위한 ‘변화’를 시작하다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의 증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노출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만해도 인간 게놈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알면 모든 질병에 대해 알 수 있고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였으나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끝난지 1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각 개인의 식사습관, 운동량, 사는 곳의 공기 질과 같은 환경요인이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질병이 발생한다는, 훨씬 더 복잡한 기전에 의해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생명의과학과 질병에 관한 연구는 지금보다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연구 니즈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국립보건연구원은 ‘연구중심의 의료기관’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 유일한 국가 보건의료 연구의 컨트롤타워, 국립보건연구원

   새로운 종류와 형태의 감염병 발생은 미리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감염병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안전하고 체계적인 보건의료 기반을 구축한다면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에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1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63종의 법정감염병(1~5군)과 54종의 지정감염병이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신생아 소두증(小頭症)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 역시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과 새로운 질병을 진단, 감시, 연구하는 업무를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현재 보건연구원에서는 국가 법정감염병을 포함한 주요 감염병 105종을 선정해 추적하고 진단, 감시, 연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립보건연구원은 생명의과학센터와 유전체센터를 통하여 만성질환의 기전연구와 이를 위한 인프라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해왔고, 현재 다수의 일반인 코호트와 질병 코호트를 통하여 한국인 특유의 유전적 특징에 대한 연구와 질병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감염병센터, 면역병리센터, 생명의과학센터, 유전체센터 등 4개의 센터로 조직되어 있는 보건연구원은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감염병 분야에 대한 조직개편을 예정에 두고 있다. “그동안 보건연구원이 수행했던 감염병과 만성병의 감시 및 진단 업무는 질병관리본부에 이양될 예정”이라고 설명하는 박도준 원장은 “앞으로 보건연구원은 감염병 및 만성병 연구를 중심으로 업무가 재편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보건연구원은 이미 연구중심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생명의학센터’와 ‘유전체센터’는 현행 시스템으로 유지하고 면역병리센터와 감염병센터가 합쳐져 ‘감염연구센터’로 조직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 연구중심 기관의 토대 조성을 위한 2017년도 4가지 실천방향

   박도준 원장은 보건연구원이 국가 보건의료 연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4가지 실천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 첫 번째는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 개발 추진전략’의 수립이다. 박도준 원장은 “국내 보건의료 연구비의 상당수가 감염병 분야의 기초기전 연구중심으로 투입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나 방역관련 연구의 수행은 어렵다”고 말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장상황에 밝은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연구원 등과 같은 기관이 연구를 기획하고 주도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건연구원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박도준 원장이 실천방향으로 제시한 사업은 ‘희귀질환관리법 제정에 따른 희귀질환 관리사업’이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고 관심을 가지는 연구자나 의료진이 많지 않아 대학 연구자들이나 병원의 의사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하는 박 원장은 회귀질환자들이 의료사각지대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이들을 위한 치료기술 연구 및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며, 이러한 업무 역시 국내 유일의 보건의료연구기관인 보건연구원이 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한다.

   세번째로 강조하는 보건연구원의 실천방향은 ‘정밀의료 연구자원 개발사업의 추진’과 이의 전제조건으로 필요한 ‘국립인체자원은행사업의 운영과 활성화’이다. 보건연구원은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보건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인체자원들을 연구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새로운 자원을 모으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여러 사업을 통해 모아놓은 방대한 인체자원을 주로 DNA 중심으로 시료를 분양하였으나 이제는 혈청, 혈장, 소변시료를 개인 정보보호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임상 정보와 연계하여 연구자들에게 분양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박도준 원장은 한국인의 체질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나라만을 위한 차별화된 정밀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가지 실천방향의 마지막은 지난해 개소식을 치른 ‘줄기세포재생의료센터’의 활성화로, 보건연구원은 이 사업이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우수한 인재와 최상의 연구 인프라를 갖춘 보건연구원, 그 활용도를 높여라

   박도준 원장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보건연구기관인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에 과거 7년여간 근무한 바 있다. “NIH에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연구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연구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는 국립보건연구원 박도준 원장은 취임 직후 보건연구원 인력의 우수함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박도준 원장은 “우수한 인력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의 진단 및 감시를 위한 행정업무 등을 비롯한 연구외 업무가 많아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내었다.

   미국 NIH이 지카 백신 개발이나 정밀의료 연구 사업을 추진하거나 의생명과학 연구의 방향을 주도할 아젠다를 발표할 경우 이 내용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미국 NIH가 가진 신뢰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히 미국 NIH는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연구에서도 연구자 중심의 임상연구에 대해서만 연구비를 지원하는 등 제약회사의 불합리한 이윤추구를 막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박도준 원장은 “한국의 NIH(국립보건연구원) 역시 기초, 기전연구에서 뛰어난 실적을 내고, 이를 토대로 임상연구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대학 및 산업체 등을 비롯해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같은 병원 등과 활발하게 협력해 경험과 자원, 시료들을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원장은 이러한 노력이 쌓인다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은 높아지고, 보건연구원은 미국 NIH에 버금가는 중책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3년 후가 아닌, 30년 후의 보건연구원 위상을 생각하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연구원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보건연구원이 맡아왔던 감염병의 진단과 감시업무가 질병관리본부로 이양되면서 보건연구원은 보다 깊이 있는 연구수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연구원은 대학이나 일반 연구소에서는 수행할 수 없는 ‘실패할 확률은 높지만 성공했을 때의 가치 역시 매우 높은 연구’나 ‘당장 실적을 기대할 수 없지만 국가 생명의과학분야 인프라 구축에 중요한 대규모, 장기 코호트(cohort)’ 등을 기획하고 수행할 계획이다. 이중 하나가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인 ‘정밀의료 자원개발사업’이다. 정밀의료 자원개발사업은 세계적으로도 막 시작된 사업으로, 의생명과학분야 기술력과 ICT 기술, 의료시스템이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생명의과학분야를 선도할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저는 3년의 기한을 갖고 이곳에 온 사람”이라고 말하는 박도준 원장은 “보건연구원을 발전시킬 사람들은 내부인력”이라며 “국내 유일의 국립 연구원 소속 연구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국민 건강, 나아가 인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어려울 수 있는 과제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박 원장은 “보건연구원의 모든 구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니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긴 호흡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임일한

    존경하는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덧글달기2017-04-12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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