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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류왕식 소장 - 감염병·신약개발 기초연구를 위한 국제연구소 ‘IPK’
파스퇴르 연구정신으로 연구소를 이끄는 류왕식 소장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류왕식 소장 - 감염병·신약개발 기초연구를 위한 국제연구소 ‘IPK’
    파스퇴르 연구정신으로 연구소를 이끄는 류왕식 소장

  2017년 5월 1일,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이 소장에 취임한다. 20년 이상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B형 간염 등 관련 연구에 대해 지속적인 협력을 맺어 오면서 연구소의 성과창출에도 기여한 류왕식 소장. 지난 3년간 류 소장은 국내외 기관들과의 협업연구를 통해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브랜드가치를 높여왔다. 류 소장은 3년 임기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중책을 맡으며 임기까지 연장되었다. 본고에서는 류 소장을 만나 파스퇴르 박사의 정신이 깃든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가치와 미래 비전을 들어보았다.

▶ 글로벌 기초과학 연구소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류왕식 소장

  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는 광견병 백신을 개발한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 박사가 1888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비영리 생명과학연구소다. 감염병을 중심으로 생물학 기초연구와 보건의료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이 연구소에서는 일리야 메치니코프, 자크 모노 등 1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25개국 32곳의 네트워크 연구소를 확보하고 있으며, 2만5000명의 파스퇴르인(Pasteurian)들이 국경 없는 전염병 퇴치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 Korea, 이하 IPK)는 한국-프랑스간 바이오 분야 협력의 일환으로 2004년 설립되었다. 전 세계에 걸쳐 구성되어 있는 생명공학 네트워크인 파스퇴르연구소 국제 네트워크(Institut Pasteur International Network, IPIN)의 일원으로 설립된 IPK는 감염병 국제연구소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기초연구 성과를 신약개발로 연결하는 중개연구소로서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IPK는 조류독감,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뿐만 아니라 결핵, 말라리아, 슈퍼박테리아 등 기존 감염병 중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분야 연구도 폭넓게 수행해 왔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전 세계에 32곳이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소가 공적개발원조(ODA)형식의 연구를 진행하는 반면, 자립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곳은 한국과 중국(상하이, 홍콩), 우루과이가 손꼽힌다”는 류 소장은 “특히 IPK는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감염병에 대한 생물학 연구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연구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이처럼 감염 생물학에 대한 전문성과 신약개발 기술을 동시에 갖춘 연구기관은 국제적으로도 드물다”고 소개한다.

  공중보건을 위한 감염병 및 신약개발 기초연구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IPK는 영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하는 국내 유일한 국제연구소답게 다양한 공동·협력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한국의 역량 있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연구에 있어서 세계적 권위를 갖춘 프랑스 등 유럽의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 류왕식 소장의 인생을 바꾼 ‘파스퇴르 박사’

류왕식 소장

  파스퇴르 박사는 포도주의 발효 상태가 나빠서 손해를 입은 주류업자로부터 대책을 세워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던 끝에 포도주를 저온으로 가열하면 세균이 죽고 변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 덕분에 프랑스의 포도주 사업은 다시 살아났다고 한다.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파스퇴르 박사는 현장의 문제를 연구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해 왔다”는 류왕식 소장은 이러한 파스퇴르 박사의 연구정신이 파스퇴르연구소 곳곳에 깃들어 있다고 소개한다.

  파스퇴르 박사의 연구정신은 류왕식 박사의 삶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미국 유학시절 학회 참석차 파리 파스퇴르연구소를 방문해서 파스퇴르 박사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다는 류 소장은 파스퇴르 박사의 열정과 감동적인 연구스토리를 마음에 담게 되었고, 귀국 후에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더욱 밀접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의 연구소장직을 맡으면서 파스퇴르인(Pasteurian)이 된 류 소장은 파스퇴르연구소 지하 묘실에 안치된 파스퇴르 박사를 처음 만난 날, ‘영혼의 연결, 파스퇴르 박사와의 대화’를 나눈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중개연구 역할

  “IPK 만의 장점인 약물 스크리닝, 중개연구 경쟁력을 살려, 국내외 제약회사 및 관련기관과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는 류왕식 소장은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IPK는 FDA 승인 약물 1500종을 포함한 약 3천종의 약물을 스크리닝하여 코로나19에 대해 항바이러스 활성을 갖는 24개 약물을 발굴한 바 있다. 이어, 류왕식 소장은 “그 중 기생충 약물인 ‘니클로사미드’와 급성췌장염 치료제 ‘나파모스타트’ 등 3개의 약물을 임상후보물질로 선정해 임상연구를 추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IPK는 종근당과 협력하여 나파모스타트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6월 17일 식약처로부터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임상을 승인 받았으며, 임상시험은 한국원자력의학원 김동호교수팀에서 개발한 임상 프로토콜을 활용해 코로나19로 폐렴 확진을 받은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관련 중증환자수가 많지 않아서 원활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류왕식 소장은 “이러한 이유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 4개국과도 협력해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IPK의 약물 스크리닝 기술력은 이미 해외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류 소장은 “우리 연구소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외국에서의 연구의뢰가 많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통한 국가적 위상도가 높아지면서 더 해외기업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류왕식 소장

<파스퇴르 연구소 지하 파스퇴르 무덤>

 

▶ ‘더 튼튼한’ 국제 기초과학 연구소로 성장하길 바라며

MOLECULAR VIROLOGY 책 표지

  “IPK는 감염병 연구를 통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류왕식 소장은 “국내 연구원들이 파스퇴르연구소 국제네트워크 소속 32개의 연구소들이 보유한 다양한 감염병 바이오뱅크를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국가적 관문을 구축하고 있는 IPK는 ‘국경 없는 연구’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류 소장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데 IPK의 여건은 녹녹치 않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는 IPK는 외부연구과제 수탁과 약물 스크리닝 서비스 등을 통해 재정자립도를 늘려왔다. 특히 류왕식 소장은 지난 임기 3년 동안 펀딩을 통한 연구비 확보와 스크리닝 서비스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수한 국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기초과학 연구인프라도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지속성장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지금의 IPK는 여러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류 소장은 “특히 다른 출연연과는 달리 IPK는 행정운영을 위한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이 연구과제로만 운영하다보니 운영비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류 소장은 코로나19로 맺어진 인연으로 인해 한국원자력의학원과는 향후 폭넓은 질환 연구를 다각적으로 함께 할 것을 희망하였다.

  올해 말 임기가 완료될 예정인 류 소장은 IPK가 누구보다 건실하게 성장해 인류 공중보건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IPK가 세계적인 감염병 및 신약개발 중개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자를 현재의 30% 이상 추가 확보해야 하며, 고위험병원체를 다루는 설비인 BSL3 시설 등 기본인프라 지원을 위한 기본적인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을 당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바이러스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류왕식 소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저널인 Journal of Virology 편집위원으로 등록된 한국인 두 명에 포함돼 있으며, 류 소장의 논문은 지금도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 또 2010년 ‘바이러스학’을 국문으로 출간한 류 소장은 5년여의 작업 끝에 2016년 ‘바이러스학’을 영문으로 출간해, 1권의 책을 2개의 언어로 집필한 유일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학 교재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이 책은 아마존(Amazon) 바이러스 전문교재 판매 순위에서 3위에 랭크돼 있다.

  • ywlee

    노고가 많으십니다. 연말까지 멋진성과 기원합니다.

    2020-08-12 14:58:43

  • kimwh

    질높은 연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8-12 20:47:42

  • LSK0603

    수고많으셨습니다
    많은 성과를 내시기 바랍니다

    2020-08-19 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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