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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항암제에는 제3의 눈이 필요하다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18-10-22

2018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에 놀라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받는 시기가 문제이지 틀림없이 받게 될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던 인물들이 수상자 명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의대 명예교수가 영예의 주인공들로, 면역항암제 개발에 대한 공로로 이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면역관문요법(immune checkpoint therapy)으로 불리우는 이 면역항암제는 무려 ‘제3의 항암제’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항암치료에 있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제3의 항암제가 반란을 일으킨다.

      전쟁에 비유하자면 ‘제1의 항암제’는 폭격기와 같다. 화학항암제로서 암세포의 생장을 강력하게 억제하거나 사멸에 이르게 하지만, 정상세포도 그에 못지 않은 손상을 입게 되어 때에 따라 사망에도 이르는 전신 부작용이 속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지상과제는 전쟁의 승리이므로 무고한 민간인(정상장기)의 희생은 일정 부분 감수하는 것이 ‘제1의 항암제’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항암제’는 저격수로 구성된 특수부대와 같다. 표적항암제로서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항원을 인식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제이다. 이 치료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므로 화학항암요법에 비해 전신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으나, 효과적인 표적이 되는 항원이 모든 암에서 발현되지는 않으며 장기간 치료 시 암세포들 중 변형된 항원을 발현하는 군집들이 증식하여 효과가 떨어지게 되는 내성문제가 있다. 즉, 적군이 위장을 하거나 심지어 아군의 복장으로 위장을 하고 있으면 저격수들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제3의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요법은 적군점령지에서 통제불능의 반란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과 같다. 암세포는 면역세포가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여 체내 면역시스템의 공격으로부터 회피하는 기전이 발달되어 있는데, 면역관문요법은 이 기전을 억제함으로써 체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들어준다. 즉, 적군이 점령한 지역의 주민들에게 적군의 사악한 실체(조만간 이 땅의 주민들을 모두 죽일 거라는)를 인식시켜서 주민들이 떨쳐 일어나 반란군 활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면역관문요법은 제1 또는 제2의 항암제에 반응이 없었던 환자들의 상당수에서도 치료반응을 나타내고, 일부 환자는 암이 완전히 사멸되어 면역관문요법을 중단하고 나서 한참 뒤에도 재발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동안 성공적이었던 ‘제2의 눈’

      제1의 항암제에서 제3의 항암제로 발전해온 것처럼, 의료용 영상도 새로운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패러다임의 변화가 지속되어왔다. X-선 단순촬영은 몸 속을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학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CT가 나오면서부터는 마치 눈으로 내부장기를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얻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혁신은 멈추지 않았고, PET 영상이 개발되면서부터 인류는 세포의 대사상태처럼 단순히 해부를 해서는 파악할 수 없는 몸의 상태를 볼 수 있는 ‘제2의 눈’을 얻게 되었다. ‘제1의 항암제(화학항암제)’와 ‘제2의 항암제(표적항암제)’의 치료반응을 예측하거나 평가하는 데 ‘제2의 눈’은 혁혁한 성과를 올렸는데, 예를 들어 림프종 환자에서 화학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복합요법 후 CT에서 남아있는 병소가 있더라도 그 부위에 FDG 섭취가 없다면 병이 완전히 치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CT에서 남아있는 병소는 섬유화된 조직일 수도 있고 염증조직의 흔적일 수도 있으나, 환자들을 추적관찰 해보면 FDG 섭취가 없는 병소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도 예후가 매우 좋다고 한다.

 

제2의 눈이 위기에 처하다.

      하지만, ‘제3의 항암제’인 면역관문요법이 등장하면서 ‘제2의 눈(FDG PET 등)’이 위기를 맞았다. 그렇다고 해서 ‘제1의 눈’인 해부학적 구조영상도 이 위기를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직까지 많은 수의 논문들이 나와 있지는 않으나, 면역관문요법 후 FDG PET에서 암 부위의 대사능이 많이 증가하는 환자들이 적게 증가하는 환자들보다 최종적인 치료반응이 오히려 좋았다고 한다. 이는 면역관문요법 후 종양부위에 그 수와 활성도가 증가한 면역세포의 FDG 섭취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면역관문요법 후 대사능이 많이 증가한 환자들 중 어떤 환자들은 치료에 반응이 없어서 종양이 더 자라나고 이로 인해 종양 자체의 대사능이 증가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같은 현상(치료 후 대사능 증가)을 두 가지의 가능성으로 해석해야 한다면 과연 FDG PET이 면역관문요법의 반응평가 방법으로 적절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제1의 눈에 해당하는 CT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면역관문요법 후 CT에서 종양의 크기가 커진 환자들 중 일부는 최종적으로 치료반응이 좋았고, 나머지 환자들은 암이 악화되었다. 이 역시 종양의 크기 증가가 치료반응이 좋은 환자에서 종양 부위의 염증반응 등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치료반응이 없는 환자에서 종양 자체가 커진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CT로 면역관문요법의 반응을 평가할 때에는 4주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종양의 크기를 측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치료효과가 없어서 암이 커지고 있는 건데 환자분께서는 일단 진정하시고, 같은 치료를 4주동안 더 해보고 생각해 보자니! 더구나 면역관문요법에 이용되는 약값은 굉장히 비싼 것으로 유명한데도 말이다.

 

제3의 항암제에 제3의 눈을!

      다행히도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인터페론-감마는 암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 중에 막바지단계에서 다양한 기전으로 암세포를 사멸하는 데 관여하는데, 인터페론-감마의 항체에 Zr-89라는 PET용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하여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를 평가하는 비임상시험이 최근 보고되었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또한, 면역세포 표면의 CD3나 CD8 등을 표적으로 삼은 PET 비임상시험들도 있다. 이러한 면역치료-PET 기술들을 이용하면 종양에 면역세포들이 얼마나 침투되어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원리적으로 면역관문요법의 치료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즉, 면역관문요법 후 조기에 면역치료-PET을 촬영해서 종양부위의 섭취가 증가하였다면 그만큼 종양에 면역세포들이 많이 침투해서 종양을 맹공격 중이므로 치료반응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여 면역관문요법을 지속한다. 반대로, 종양부위의 섭취가 별로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감소했으면 적어도 면역관문요법은 적합하지 않을 것이므로 치료방침을 바꾸는 것이다. 면역치료-PET 기술은 아직 임상에 검증될 부분들(종양에 얼마나 섭취가 잘 될 것인가?, 정상조직에 섭취가 너무 높지 않을까?)이 남아있으나, 새롭게 도래하고 있는 ‘제3의 항암제’ 시대에 ‘제3의 눈’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갖고 있다.

  • Hans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8-10-23 23: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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