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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사선방어학회 박우윤 회장- 다양한 학문분야 전문가가 모여 방사선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공통의 가치 실현

    방사선방어학회 박우윤 회장- 다양한 학문분야 전문가가 모여 방사선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공통의 가치 실현

  ‘서로 다른 것을 묶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의 ‘통섭(Consilience)’은 몇 해 전부터 많은 미디어에 오르내린 단어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박우윤 회장을 만나면서 이 단어를 떠오르게 되었다. 박우윤 회장은 “방사선을 이용하는 다양한 학문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학술연구와 응용에 필요한 국내외적 정보를 교류하며 ‘방사선 방어’라는 공통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 학회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본고에서는 박우윤 회장을 만나 다학제적 연구협력과 통섭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고 있는 학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대한방사선방어학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1975년 8월 한양대학교에서 창립한 대한방사선방어학회는 ‘어떻게 하면 방사선의 유해성을 방어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학문을 기술적, 제도적, 구조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연구하고 방사선방어에 대한 연구 및 발전정책 수립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방사선하면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소나 병원의 X-ray·CT를 먼저 떠올리는데, 비파괴검사나 금속가공부품의 품질확인을 비롯해 공항에서의 수화물 검사, 곡물의 장기 저장을 위한 방사선조사 등 방사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이에 우리 학회는 방사선과 관련된 모든 사용자와 이용자를 보호하고 방사선의 안전한 이용 확산을 위해 의학·공학·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방사선방어·방호 관한 학문 및 기술발전을 선도하고, 방사선에 관한 국내외 현안에 대해 국민의 이해 증진에 노력하고 있다.

박우윤 회장 사진

Q. 올 1월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시고 9개월이 지났는데 취임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 학회는 방사선방어에 대한 공통의 가치 실현을 위해 44년 전 의학계와 이공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설립되었으며 이공계와 의학계가 번갈아가며 회장직을 수행하다보니 다양한 학문과 융합연구가 가능해 졌다. 특히 전임회장인 임영기 교수(가천대 방사선학과)는 이공계 전문가지만 역학에도 전문성이 높아서 최근 학회는 의학, 공학 및 산업분야 뿐만 아니라 방사선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역학 기반의 연구도 폭넓게 수행하고 있다.

  저 역시 이러한 학술활동의 기조를 계승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적절한 방사선 이용과 유해성’에 대한 오해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이러한 편견을 해소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 물론 방사선 이용에 관한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을 학문적으로 정확하게 알려야 하지만, ‘과하지 않게 적절한 이용은 인류에게 유익하다’는 방사선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해서 학술 연구와 상용화를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올바른 사용·이용정보가 공유될 때 방사선이용과 방어·방호에 대한 대중적 이해가 커질 것이다. 그래서 ‘대한방사선방어학회 e-Newsletter’를 지난 6월 창간하게 되었다. 뉴스레터를 통해 학회 뉴스 및 활동 소식을 전하고, 방사선의 이용에 대한 지식도 공유하다보면 방사선의 긍정적 가치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홍보될 것으로 기대한다.

Q. 학회와 학술활동의 글로벌화에도 노력을 집중하실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박우윤 박사 사진

  우리 학회가 2020년 국제방사선방호협의회(IRPA)의 서울 개최를 주최하기 때문에 방사선의 이용과 방어·방호 학술활동의 국제화에도 역량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 회원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국제화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때문에 외국인 회원의 활동 촉진은 물론 국내회원들의 세계 경쟁력 제고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오는 11월 21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추계학술발표회를 기점으로 학술행사에서 영어세션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질의 논문을 학회지에 게재할 수 있도록 제호를 영문으로 변경하고 호주, 일본 등과 공동으로 국제학술지를 발간할 계획이다. 영문으로 학회지 제호를 변경해도 우리 학회의 이름으로 나가기 때문에 학회의 국제적 인지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학회지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 우수한 논문들이 많이 발굴되면 선진 정보교류가 용이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Q. IRPA 2020 서울 개최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학회는 2016년 5월 남아공에서 개최된 제14차 국제방사선방호협의회(IRPA14) 국제학술회의 총회에서 IRPA15의 서울 유치를 확정했다. 2020년 5월 개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어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홍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 5월에 호주에서 하는 아시아·오세아니아 방사선방호학회(AOCRP)에 참가해 대회 준비사항을 비롯해 한국요리, 관광지 등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이밖에도 IRPA Regional Congress가 진행되는 유럽 등 4개 국가에 직접 참석해 홍보하거나 홍보책자 비치 등 간접적 홍보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IRPA Roger Coates 회장이 IRPA15 서울 개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 학회는 2020 IRPA 개최 외에도 국제교류에 활발하게 대응하며 우리나라 방사선방어 학문과 학회의 인지도를 키워나가고 있다. 이중 하나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와의 긴밀한 업무협력이다. ICRP에서 나오는 여러 권고사항은 각 국의 법령 및 규제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게 작용되기 때문에 ICRP와의 협조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ICRP 본위원회에 원자력안전기술원 조건우 박사가, 의료분야에 서울의대 강건욱 교수, 선량 측정분야에 한양대 김찬형 교수가 각각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ICRP와 보다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

Q. 방사선방어의 다학제·통섭적 연구 촉진을 위해서는 학회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우윤 박사 사진

  우리 학회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의료방사선의 방어, 산업에서의 방사선 방어 등 해당분야의 ‘방사선 방어’에 대해 연구하며 공통적 가치를 실현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학회는 연합체적 특징을 갖는다. 특히 최근 학문간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적 연구·통섭적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 학회는 이미 설립 초기에서부터 이러한 다학제 학문연구를 기반으로 한 학술활동을 펴 왔다.

  방사선 방어가 어떻게 필요하고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다양하게 알기 위해서는 학문적 연합이 매우 중요하다. 학회는 ‘학문·산업분야간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촉진하기 위해 영상의학회 등 방사선 관련 학회와 공동워크숍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영입해 공동연구의 기회를 넓히고 방사선 방어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학회의 발전 방향 중 하나로 두고 있다.

Q. 의료계의 방사선 방어, 방호에 대한 이슈는 무엇이며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의료방사선 활용 연구는 안전한 방사선 이용과 암 조기진단 및 치료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방사선 이용의 정당화, 최적화, 선량한도, 이 3가지 원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연구와 이용에 노력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사선을 얼마나 가치 있게 이용하고, 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냐’의 문제이다. 막연한 두려움이 만드는 오해는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 신뢰의 첫걸음이다. 또한 역학조사 등을 통해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확하게 연구하고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Q. 원전주변 주민과 갑상선암에 관한 보고서 발간을 주도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말씀해 주십시오.

  원자력학회와 공동으로 2015년 1월부터 6개월간의 조사와 분석을 통해 ‘원전주변주민과 갑상선암 발생에 관한 보고서’를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발간하였다. 당시 저는 보고서 발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맞으며 ‘원전주변주민 갑상선암 발생에 관한 과학적 종합분석’에 대해 저술하고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를 쓰는 기간은 6개월 정도였지만, 자료를 수집하고 주민들을 만나 설문조사를 하는 등에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방사선을 ‘해롭다’, ‘이롭다’로 단정할 수 없다. 자동차와 방사선을 예로 들면 자동차 사고로 인한 사망의 비중이 훨씬 크지만 한번 일어났을 때 더 큰 위험성을 가지는 것은 원자력·방사선 관련 사고이다. 과학전문 기자들도 어려워하는 방사선을 국민들이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로운 면만 포장해서도, 유해한 면만 강조해서도 안된다. 모든 측면에서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외국의 학술대회에서는 정책입안자, 일반인 등 비전문가들을 위한 세션이 잘 준비돼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 이에 우리 학회는 방사선 홍보와 함께 비전문가들을 위한 세션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비전문가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공유의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방사선을 이용하는 모든 산업 및 학문분야 협력연구를 위한 창구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박우윤 박사 사진

Q. 지속성장 가능한 학회로 이끌기 위해 앞으로 더욱 집중할 업무는 무엇입니까?

  앞서 말한 ‘방사선 관련 과학의 대중화’와 ‘학회의 국제화’, 그리고 ‘각 학문·산업분야간의 컬래버레이션’은 우리 학회의 가장 큰 발전 방향이다. 그 다음으로는 ‘합리적인 규제를 위한 노력’을 꼽을 수 있다. 규제는 방사선의 안전한 이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항목이지만 규제를 위한 규제는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우리 학회가 중심이 되어 산업계와 정부의 규제 관련 현황을 공유한다면 산·관의 규제 간극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회의 활동이 대중에 홍보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당연히 학회의 1차적인 목적은 학술 활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의 결과가 학회로 국한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전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학술 대회 후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여 이를 언론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Q. 끝으로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나 개인적인 연구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방사선의학 관련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방사선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정상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학회 회원 모두가 ‘방사선 방어’관련 학문 연구는 과학자로서의 책무이므로 보다 적극성을 갖고 학회 활동을 비롯해 동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길 당부 드리며, ‘방사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방사선을 잘 이용해서 국민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방사선의 의생명 이용 확대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그중에서도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을 이용한 암 치료 연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1조 4500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립되는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이므로 암 치료 효과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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